산란한 마음 다스리는 입시기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치르는 것이 대학 수능 시험이다. 수험생은 말할 것도 없고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어디 붙잡을 곳이 된다면 검불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 때문에 절이고 교회고 점집이고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발길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얼마 전 몇 사람과 함께 가을 성지순례를 남해 보리암으로 갔다. 이 곳 또한 항상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입시가 가까운 탓인지 유독 붐볐다. 이 곳 보리암은 알려진 대로 낙산의 홍련암, 강화의 보문
사, 여수의 향일암과 더불어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음 기도 도량이다.

  그러고 보니 관음 성지마다 모두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관세음보살의 형상이나 그분을
모신 법당이 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경전에 관세음보살을 두고 바닷가 홀로 솟은 보타락가산의 도량교주라 했던가. 함께 간 일행들에게 왜
관세음보살은 꼭 바다를 보고 계시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데 거사님 한분이 ‘마음 아닙니까?’
하고 대답을 했다. 불교 집안에 들어오면 홍수처럼 듣는 말이 마음이다. 알고 하는 대답인지 모르고 하는 대
답인지는 몰라도 맞는 말이다.

  바다는 불교에서 중생의 고통 받는 마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깨달은 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중
생의 괴로운 마음은 고해(苦海)가 되고 부처님의 깨달은 마음은 각해(覺海)가 된다.

  관세음보살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살펴보시고 고해 중생을 각해로 인도한다. 그야말로 관자재보살이다.
따라서 관세음보살의 입장에서 보면 고해와 각해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생의 고통스러운 마음 바다가 곧
부처의 깨달음 바다여서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분명히 보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입을 떼지
않고 무언의 설법을 한다.

  “그대들이 그렇게 매달리고 있는 입시문제는 내가 그대들의 자녀를 대학에 붙여 주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
이 아니다. 내가 저 바다를 이렇게 항상 바라보고 있듯 그대 역시 마음의 바다를 항상 돌이켜 관찰해 보라.
그러면 나에게 매달리고 구하는 그 괴로운 마음 바다가 마치 바람이 쉬면 물결이 자듯 안락해질 것이요, 그
곳에서 부처의 깨달은 마음 바다가 나타나리라.”

  입시 기도를 성취해달라고 매달리는 저 불자들이 관세음보살의 이 같은 설법을 들었을까 모르지만, 형상에
집착하여 관세음보살께 매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무형의 관세음보살을 자신의 마음 가운데 세워서 염불하
는 그 음성과 함께 입시를 향해 치닫는 마음을 쉬고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고 함께 참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