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위한 사경, 환희심 솟아‘간절한 기도 가피’ 생생히 체험
                                                                            주영배 보안기획 대표

스님께서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글 한자 적어야겠지. 어떤 글을 써 줄까?”하시면서 붓과 종이를 꺼내셨다.
당시 <서산대사> 전기소설을 읽고 있던 필자는 책에서 본 ‘心空及第者須大丈夫漢(마음의 공한 도리에 급
제한 자(깨달은 자)가 진실로 빼어난 대장부다)’이란 글을 써달라고 했다. 스님께선 망설임 없이 ‘心空雖道修
不級觀自在’(마음의 공한 도리에 급제한 자라도 자기의 자성을 깨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써 주시면서,
“자네, 이 도리를 알겠는가? 차 한잔하세. 말미에는 벽산(碧山) 대거사(大居士)라고 했네” 하며 웃으셨다.

스님께서는 항상 “대장부의 기상은 하늘을 찌르니, 비록 부처와 조사가 간 길이라도 그대로 따르지 말라.”
하시면서 “앵무새 원숭이처럼 흉내만 내지 말고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다.
화두 참선만이 제일이고 다른 것은 믿을 바 못된다고 여겼던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결혼 전 아내와 사귈
무렵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법화경>을 사경해 드리자 약속하고 퇴근 후에 집에서 아내는 한글로, 나는
한문으로 매일 일정 분량씩 정성들여 사경하였는데, 제2 방편품에 이르러 갖가지 중생들이 가지가지 방법으
로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대목에 이르러 마음이 후련해지며 환희심이 솟아올랐다.

이를 계기로 기도를 하건, 독경을 하든 염불을 하든 누구든지 그 분상에서의 간절한 마음이 바로 믿음이며,
수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9세때 시련이 닥쳐왔다. 3월에 갑자기 허리통증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디스크에 걸린 것이다. 부산에 유명한 척추 전문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 허리를 못 쓸 수가
있으니, 8월까지 수술 일정이 잡혀있지만 5월에 특별히 해 줄 테니 꼭 수술을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 몸에는 칼을 대서는 안 된다. 스스로 해결 하리라’는 오기가 솟았
다. 전생의 업연이거니 싶어 지장보살을 계속하여 불렀다. 식사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지장보살을 부르고 발원하였다. 10일 쯤 기도를 계속하였을 때 아내의 한 친구가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소개
시켜 주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스스로 일어 설 수 있었고, 한 달 보름 만에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10년이 지났지만 허리에 통증 한 번 없다. 이처럼 간절히 기도하면 직접으로나 간접으로든지 꼭 가피를 입는
다고 본다. 필자는 95년 18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불교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향 싼 종이에 향내가 나듯
늘 불교 경전과, 스님, 절과 가까이 있으면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을까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