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첫번째 길

보시바라밀’ 깨달음 향한 출발
조건없이 나누는 무주상보시 최고
“대웅전 기와 불사에 보시하세요.” “삼천 불 조성 불사에 보시하세요.” 아마도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말
가운데 하나가 육바라밀 가운데 첫 번째인 보시일 것이다. 절에 가면 제일 먼저 찾는 대웅전에도 ‘보시함’
이란 것이 있고, 연말연시면 ‘누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얼마를 보시했느냐’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익숙하다 보니 본래 뜻을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또한 보시다. 앞의 예에서 보듯, 꼭 물질
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보시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너무 퍼져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그것도 엄연히 보시
임에도 틀림없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보시행을 펼치는 불자들이 많다.
군장병 불자들을 위해 ‘차 한잔 나누기 캠페인’을 벌여 보시하는 불자도 있고, 무료 세무 상담이나 의료 서
비스 등 자신의 전문 직업을 살린 봉사도 보시이다. 사찰에 큰 법회나 행사가 있을 때 돕는 것도 보시이고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경전 한 구절을 읽어주는 것, 심지어 사찰 마당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도
보시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위해’ 보시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묶여서 하기도 하고,
이름을 써서 ‘내가 했다’고 확인하고 싶어한다. 보시를 했으니 조만간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은연중 기대하
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경전에서 보시의 의미와 공덕을 설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의 보시이든 다른 사람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최고의 보시라고 권하고 있다.

<반야경>에서 “수보리야, 보살은 응당 이와 같이 보시하여 상(相)에 집착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이 상에 집착함이 없이 보시한다면 그 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큰 까닭이다”고 한 것이나, <대품반야경>
에서 “보시할 때에는 자기를 붙잡지 않고, 받은 이를 붙잡지 않고, 베푸는 물건을 붙잡지 않으며 또한 과보
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고 설한 것은 바로 보시는 집착 없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보살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큰 행원을 닦아 마침내 열반에 도달하는 여섯 가지 방법, 즉 육바라밀 중에서
도 제일 첫 번째가 바로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 등 보시 바라밀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첫 출발이 바로 보시행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