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방편

참회의 두 방법…이(理)참회·사(事)참회
절·독경·사경·경전공부도 참회 방편

정보명화(60·부산 거제동) 보살은 매년 한번씩 삼천배 참회기도를 하고 있다. 몇십년째 이어온 참회기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간절해지고 있다. 삼천배 참회는 몸은 고달프지만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잘못을 짓
지 않도록 하는 다짐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삼천배 참회기도 도량인 감로사의 보명화 신도회장은 “참회를 통해 내가 알게 모르게 지은 잘못을 뉘우치는
일은 밥먹은 후의 설거지와 같다”고 했다. 밥을 먹었으면 그릇을 정갈히 닦아 놓아야 다른 음식을 또 담을 수
있듯,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한순간도 멈출수 없는 것이 참회라는 말이다.

보명화 보살의 경우처럼, 가장 일반화되고 보편화된 참회법으로 절을 꼽을 수 있지만, 참회의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예불(禮佛)이나 송경(誦經), 절 등의 작법을 통해 허물을 고백하여 참회하는 사참회(事懺懷)
와 이치적으로 죄의 성품을 참구해서 지은 바 죄업을 일시에 소멸하는 이참회(理懺悔)가 그것이다. 사참회가
구체적인 죄업을 일일이 돌아보고 다시는 그 허물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다짐의 계기가 되는 반면, 실상의
도리를 관하여 죄를 소멸하는 이참회는 진리의 궁극에 이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절을 하면서 잘못들을 하나 하나 돌이키다 보니 그 잘못이 모두 내 마음의 작용임을 알게 되더군요. 그 이후
마음의 근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참다운 불법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죠.” 자비화(49·부산 금정구) 보살의
말은 사참과 이참이 결국 하나임을 잘 보여준다. 마음의 실체를 깨달아서 마음이 텅 비워지면 죄의 자성이
본래 없어 지난 날의 나쁜 습이 완전히 끊어지고 모든 죄업이 일시에 소멸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된 참회며
육조 혜능 스님이 설한 일체 상이 끊어진 무상참회(無相懺悔)이다.

혜능스님은 “범부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다만 앞전에 지은 허물만 뉘우칠 줄 알고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허물은 조심할 줄 모른다”고 경책하며 “언제 어느 때나 생각 생각 그 마음을 맑혀 스스로 닦고 스스로 행한다
면 자기의 법신을 볼 것이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부처를 보아서 스스로 제도하고 스스로 조심해야 이득이 있
다”고 참회의 참 뜻을 일러 놓았다.
매일 자신의 참성품을 돌이켜 보는 절, 독경, 사경, 경전공부, 참선 등의 방편 수행을 통해 모든 악을 멀리하
고(諸惡莫作), 모든 선을 행하는(衆善奉行) 일체 작용의 근본을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참회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