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 일도 기도정진

서울 도림사 이철은 보살
“남을 위해 봉사하고 보시행을 펼치라는 부처님 말씀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삽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3동에 위치한 전통사찰 도림사에서 20여년간 한결같이 궂은 일을 마다않고 보시행을 몸소
실천하는 이철은 보살(61, 법명 연화)은 기자의 질문에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이 보살은 사찰의 신도회장도 그렇다고 신도회의 간부도 아니다. 하지만 20여년간 절에 법회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새벽같이 사찰에 나와 봉사한다. 이 보살은 지병인 허리디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찬 공기
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법회가 있는 날이면 가장 먼저 법당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초를 밝힌 뒤 청소부터
말끔히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공양간에 들어가 그날 행사에 필요한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다. 그래서 사찰에 나온 지 얼마 안되는 초보신도들은 이 보살을 공양주 보살로 착각 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

“법회나 행사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사찰에 올라가 정성스럽게 준비 한다음 신도들을 맞이해야 겠다는 생각
을 합니다. 신도들이 조금이라도 편한 분위기에서 기도정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걱정과
근심거리를 가득 달고온 신도들이 기도 회향을 잘 하고 비빔밥 한 그릇이라도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 보살이 느끼는 기쁨은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조그만 힘이 됐다는 보람 때문이다. 그 보시행의 참
맛을 알아서일까. 이 보살의 봉사는 사찰 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도림사 인근의 을로초등학교 결식아동돕
기와 불우가정에게 보내는‘사랑의 라면보내기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행사때 남은 음식은 따로 봉지에
싸두었다가 주지 스님과 함께 동네 노인정이나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준다. 이외에도 이 보살은 한달에 한 번
있는 군법당 위문법회에도 빠지지 않는다.

“사찰에 나오면 남이 꺼리는 일을 하고,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을 저는 수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기도정진의 연장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보살이 도림사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한껏 사랑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다.

추천의 말
무연스님 도림사 주지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분
이철은 보살님은 항상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분입니다. 묵묵히 사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보이지 않는 곳
에서도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등 봉사행 실천에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배운 대로 행하는 것이 불자의 기본자세입니다만 살다보면 이를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보살
은 우리절의 모범신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