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세시풍속

  원단(元旦)·원일(元日)·정초라고도 불리는 '설'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만한 기원설이 없다. 이중에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원효적시방언야당시인개이향(元曉赤是方言也當時人
皆以鄕) 언정지시단야(言靜之始旦也)라는 글이 보이는데, 신라인들에게 원효라는 말의 의미는 시단(始旦)이며 그
것은 원단(元旦)을 뜻하는 '설'로 발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설'이라는 말이 이
미 고대로부터 널리 쓰여졌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선한 의미로 전해져왔었음을 의미한다.

  이날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없이 일손을 놓고 설빔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도 하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또 이날은 조상들의 무덤을 찾아가 성묘도 한다. 설날 절식으로 일번적인 것이 떡국이다. 세주(歲酒)로 마
시는 초백주, 도소주는 중국에서 유래한 세주이고, 우리나라의 세주로는 약주 또는 청주나 탁주가 쓰이고 혹은 소
주에 약미(藥味)를 가미한 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다.

설빔-설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새로 지은 옷을 입는데, 이 옷을 '설빔' 또는 '설비음'이라고 한다.
설빔은 남녀노소나 빈부귀천 없이 생활의 정도에 따라 준비하는데 특히 어린이들은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것을
'까치저고리'라고 한다. 남자들은 대체로 흰빛이고 어린아이나 젊은 색시들은 여러 가지 물감을 써서 물을 들여 옷
을 지어 입었다.

차례-설날 아침 세찬과 세주를 마련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한다. 차례는 아침에 몸을 깨끗이 하고 설
빔으로 갈아입은 다음, 종가에 모여 지낸다. 이 때 윗대에서부터 차례로 지내는데,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셔다
가 지내거나, 신주가 없는 집은 지방을 써서 붙이고 지낸다.

도소주-도소주는 술에 산초, 방풍, 백출, 밀감피, 육계피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데,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치고
일년 중의 사귀를 없애며 오래 산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풍속이다.

성묘-성묘는 글자의 뜻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이상이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살피는 의
식의 하나이다. 이때에는 차례 때 쓴 제수 이외에 간단히 주과포를 별도로 장만하여 산소 앞에 돗자리를깔고 자손
들이 모두 늘어서서 성묘를 하는데, 갖아 윗대 산소에서부터 차례로 성묘를 한다.

세배-할아버지 내외분, 아버지 내외, 형제 등의 차례로 절을 하고 새해 인사를 드린다. 집안에서 세배가 끝나면 아
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제일 먼저 부모가 돌아가시어 상청을 모신 집에 가서 상청에 조문하고 상주에게 인사한 다
음에, 일가 친척 중에서 나이가 많고 항렬이 높은 어른부터 시작하여 그 동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어른, 그 다음
에 나이 차례, 항렬 차례로 세배를 한다.

 복조리-아주 이른 새벽에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고 다닌다. 이때 이 '복조리 사려'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 부인이
대문밖에 나가지 않고 복조리 장수를 불러서 복조리를 산다. 그리하여 이것을 안방 들어가는 문 위나 부엌 또는 방
구석 위에 매달아 놓는다. 부인들은 아침저녁으로 이 조리를 가지고 쌀을 일어서 밥을 짓는데 설날 아침에 사면
복이 묻어 들어온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사르기-정월 초하룻날 밤에 지방에 따라서는 섣달 그믐날 밤에 일년 동안 머리를 빗을 때에 빠진 머리
카락을 빗접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불에 사르는 풍속이 있다. 이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머리카락 하나
라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렇게 모아 두었던 머리를 사르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설에서 비
롯되었다.

세화-이날은 대문에 갑옷을 입고 한 손에 도끼를 들고 서 있는 장군의 모습을 그려서 붙였는데 이를 문배라고 부
른다. 이는 역신, 사신, 화난, 재앙 등 상서롭지 않은 일을 쫓으려는 목적에서 행하였던 것이다. 어염집에서는 상류
사회의 이와 같은 풍속을 본떠서 벽에다 닭이나 호랑이를 그려 붙였다.

문안비-옛날에는 중류이상의 가정에서는 부녀자의 출입이 자류롭지 못해서 설이 돌아와도 세배하기 위하여 자유
롭게 드나들 수 없었다. 이때에 정초 3일부터 15일 사이에 여비를 성장시켜 일가친척에게 보내어 귀부인대신 새해
의 문안을 드리게 했는데, 이러한 여비를 '문안비'라 불렀다.

세찬-설날 차례를 지내거나, 세배를 오는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여러 가지 음식을 세찬이라 한다.설날
의 세찬 중에서 어느 집에서나 만드는 것은 '흰떡'이다. 이것을 얄퍅하게 썰어 장국에다 넣고 쇠고기나꿩고기를 넣
고 끓인 다음 후춧가루를 친 것을 '떡국'이라 한다.

삼재법-삼재란 액운이 든 해를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행운과 불행을 겪는데, 불행이 든 해를 액년 또는 삼
재년이라고 한다. 삼재를 면하기 위해서는 설날 머리가 셋이 매를 그려서 문 위에 붙이면 재앙을 물리칠수 있다고
한다.

청참-설날 새벽에 거리에 나가서 일정한 방향없이 돌아다니다가 날짐승 소리든 길짐승 소리든 간에 처음 듣는 소
리로써 일년의 운수를 점치는데, 이를 청참이라 한다. 즉 까치 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들고 행운이 오며, 참새 소리
를 들으면 흉년이 들고 불행이 올 징조라고 한다.

상치세전-옛날 세수가 되면 중앙과 지방의 조관과 그 부인의 나이가 70세 넘는 이에게는 나라에서 쌀과 고기, 소
금을 주어 장수를 축하하고 위로했다. 또 조관으로 70세 된 이와 사서로써 90세 된 이에게는 가자를 했으며, 100세
된 이에게는 특별히 일품계를 올려 주었다.

법고-승려는 속세를 떠나 산 속 절에서 살면서 불도를 닦고 중생을 제도하지만, 정초에는 속계를 내려와서 사사호
호를 방문하여 법고를 치고 염불을 하며 권선을 한다. 그러면 각 가정에서는 돈이나 쌀로 시주를 한다.또승려들은
이때에 많은 떡을 가지고 와서 하나를 주고 떡 두 개와 바꿔가는데, 이 떡을 승병이라 한다. 이 승병을 아이들에게
먹이면 천연두를 앓지 않는다고 해서 각 가정에서는 승병과 바꾸기를 즐겨했다.

널뛰기-두꺼운 널 아래에 짚단 따위를 한 가운데에 넣어서 널을 괸다. 그리고 두 끝에 여자가 올라가서 번갈아 뛴
다. 한 여자가 높이 올랐다가 내려올 때 힘을 주어 힘껏 구르면 그 반동으로 반대편 끝이 위로 솟는데, 그힘에 사람
의 몸을 맡기어 한껏 솟아오른다. 이 동작을 되풀이 하는 것이 널뛰기이다.

윷놀이-남녀노소의 구별이 없이 다 함께 놀 수 있고 누구나 즐기고 있는 전승놀이이다. 두 패로 편을 짠 후 윷이
떨어진다는 한 가운데 멍석이나 자리를 깔아놓고 한 사람 건너 같은 편끼리 앉은 다음 돌아가면서 윷을 던져 4개
락이 떨어진 상태를 보고 말판을 써서 승부를 가린다. 말 하나가 나는 것을 '한 동'이라고 부르고 4동이 먼저 다
나는 편이 이기게 된다.

연날리기-연날리기는 정초에 많이 행하는 개인 놀이의 하나이다. 섣달부터 날리기도 하지만, 정월 초하루부터 보
름까지가 본격적인 시기이다. 이것은 그해의 재앙이나 목된 액을 연에다 실어서 날려보낸다는 풍속에서 옛날부터
행하던 풍속이다. 연은 창호지나 백지, 대나무로 만든다. 종이를 임의의 크기로 정하여 만드는데, 가장 많은 것이
가로 60cm안팎, 세로 80cm안팎이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