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종교란 어떠한 것인가
 

사전적인 의미로서의 종교란 신이나 어떤 초월적인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하고 신앙함으로써 마음의 안락
과 행복을 얻으려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서구의 학술사상이 들어오면서 종교라는 개념이 religion의 번역어로 쓰이면서 본래의 뜻과 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달라지게 된 이유는 일본인들이 메이지(明治) 시대에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영어의 릴리젼이라는 단어를 종교라고 번역한데서
비롯되었다. 종교학자들은 religion이라는 말이 신과의 재결합을 의미하는 복합어라고 보는데 키케로(BC 106~43년)에 의하면 religion이
란 「다시(再)」라는 뜻을 가진 「re」와 「들어올린다」 「모은다(集)」 「헤아린다(量)」라는 뜻을 가진 「leg」라는 어근이 복합된 말이라고 했다.

즉 다시 들어올린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이 신과 동떨어진 상태에서 믿음에 의해 다시 신의 세계로 들어올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거)

또한 4C 경의 유명한 신학자 락탄티우스는 「re」는 「다시」라는 뜻이고 「leg」는 「맺는다(結)」라는 뜻이라고 보아 religion은 「다시 맺는다」
는 뜻이라고 했다.

religion은 라틴어 religio에서 온 말로 그 어원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ligare(잇다)라는 동사로부터 온 말로 신과 인간
과의 결합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legare(정리하다)라는 동사로부터 온 말로 엄숙한 의례를 의미한다.

어원에 관해 어떠한 해석을 하던간에 religio의 원시적 어의는 초자연적 사물에 대한 공포와 불안 등의 감정을 의미하였고 차츰 감정의 대상
인 초자연적 사물이나 감정의 외적 표현으로서의 의례를 의미하다가 마침내 단계적이고 조직적인 신앙·교의(敎義)·의례(儀禮)의 체계를 갖
추게 되었던 것이다.

즉 종교라는 말의 서양적인 의미는 인간은 신에게 구원받음으로서 안락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마음의 안락과 행복은 신이
나 어떤 초월적인 절대자를 통해서 얻어지느 것이 아니며오로지 으뜸인 가르침 즉 종교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부언하면 종교란 많은
가르침 가운데서 올바른 삶의 방향으 ㄹ제시해 주어야만 하고 또한 개인적인 구원과 사회적인 구원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만
약 개인적인 구원만이 강조된다면 이기심을 낳게 되고 사회적인 구원만이 강조된다면 집단간의 충돌을 야기시키게 된다.

이제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개념의 종교의 의미를 살펴보자. 華嚴五敎章 卷一에는 分校開宗의 說이 있는데 종교란 교화의 대상에 적응해서
설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을 敎라 하고 그 敎 가운데 각각의 주도니 내용을 宗이라고 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종이란 주관적인 자신의 주의나
신념을 일컫고 교란 객관적인 가르침을 일컫는다. 엄밀히 따진다면 종교라는 용어는 불교적인 것이다.

종교란 말은 중국의 수당시대에 불교경전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중입의(五重立義) 즉 명(名)·체(體)·종(宗)·용(用)·교(敎)로 요약했는데 일본인
들이 종과 교를 복합시켜 하나의 숙어로 만들었다.

즉 불교의 한 경전이나 종파를 분류한데서 기인한다.

금강경을 예로 든다면 경의이름(名)은 금강경, 배우는 주체(體)는 머무름이 없는 것, 배움의 근본(宗)은 相을 없애는 것, 경의 쓰임(用)은 참
공 가운데 묘한 것이 있음(眞空妙有), 경의 가르침(敎)은 마음을 항복받고 비우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宗敎란 불교 속의 한 종파로서의 가르
침을 뜻한 것이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이며, 종교에는 불변의 진리가 담겨있어야하고 보편타당한 객관적 합리성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신앙보다는 信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실이 곧 과거,현재,미래 임을 알고 죽은뒤의 극락과 천당이
아닌 현실의 만족에서 오는 극락, 천당을 실현해야 한다. 현실의 만족은 참회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로 적응하
므로서 찾아온다. 우리가 괴로워하고 불안에 떠는 것은 욕망으로 인하여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듯 깨달음을 이루기위한 信行에는
미신이라는 용어가 있을수없고, 다만 믿음의 신앙교에서만 존재할 따름이다.

즉, 잘못믿으면 亡信, 미혹하게 믿으면 迷信, 눈감고 믿으면 盲信, 병들게믿으면 病信, 미치도록 믿으면 狂信, 죽어도 믿으면 鬼信이 되지 않
겠는가?

아무리 목마르도록 애타게 신을 찾아 구원을 외쳐댄다 하더라도, 길잃은 어린이가 어머니를 찾는 절규만은 못할 것이다. 비슷한 사람이 많아
도 어머니만을 찾는 것은 절대적 생명의 보호자이며 의지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떠한 위험에 빠져있더라도 어
머니 품 안에서는 걱정하지 않고 안심한다. 그러나 성장해 가면서 어머니가 자신의 생명에 대해 무능력하다는 것을 알고 그 대상은 변한다
.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어떤것도 자신의 고통과 번뇌를 해결해 주거나 대신 할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렇듯 자각이 빠른사람
은 근심하며 노력한다. 그러나 자각이 늦은 사람은 계속 구원자를 찾아 헤맨다.

만해스님의 조선 불교유신론 서론에 보면 「이 세상에 어찌 성공과 실패가 그 자체로서 존재하겠는가.  사람에 의거하여 결정될뿐이다. 모든
일이 어느하나도 사람의 노력여하에 따라 소위 성공도하고 실패도 하는것이니 만약 사물이 자립하는 일이 없고 사람에 의존할 뿐이라면 일
에 성패가 있는것도 결국은 사람의 책무일 따름이다.」 라고 했다.

이는 만약 신에 의해 만물이 창조하여지고 운행되어진다면 모든 것은 신이 책임져야한다는것이다.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고,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있다. 」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지닌바 자유를 완전히
상시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람에게 성공하기에 족한 노력이있어도 하늘이 실패로 돌리기도 하고 사람에게 실패할만한 노력밖에
없는데도 하늘은 이를 성공시킬수 있다면 이보다 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 있겠는가, 즉 사는 재미가 정말로 없을 것이다. 문자적으로 宗敎의
의미를 살펴본다면 종교란 마루 宗, 가르칠 敎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으뜸가는 가르침 또는 가르침 가운데 최고라는 뜻이다. 즉 철학과 윤
리와 정치와 같은 인간 향상의 모든 분야를 종합한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풀어본다면 종이란 갓(     )에 보일示이
기에 갓과 같이 으뜸이라는 의미를 법, 진리라고 할 때 진리를 구현시키는것이라고 할 수 있고, 교란 효도孝에 글월文이기에 남을 지도하기
에 앞서 자신이 먼저 실천하므로 모범을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적이나 신통력 등의 영험신앙은 종교라고 말할수 없다.

파스칼도 「불행의 원인은 늘 자신이다. 몸이 굽으면 그림자도 굽어 비친다. 어찌 그림자 굽은 것만 한탄할 것인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나의
불행을 치료해 줄  사람은 없다. 내 마음은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것과 같이 불행의 치료도 내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내 마음을 평화롭게 가져
라. 그러면 그대의 표정도 평화롭고 화애로와 질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