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철학불교철학
불교는 과연 종교일까? 아니면 철학일까? 이렇게 흑백의 선택적인 물음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가고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모든존재는 이
분법적인 물음에 의하여 결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모든 존재는 일정하게 규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이분법적 물음이 가능하다. 언어문자는 대상을 지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 지시된 대상을 고정화하여
결론지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선 불교라는 의미부터 생각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佛敎란 깨달음(佛)의 가르침(敎)이다. 깨달음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물론 그 사건이란 모든 존재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명확하게 알았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의 깨달음의 체계라고 보면 그렇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학문을 연구하여 얻어내 지식의 체계와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인간은 누구나 깨칠 수 있는 佛性을 가지고 있는 평등한 존재라고 보는 입장이 불교이다. 이렇게 보면 간단하게 불교는 철학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 깨침의 내용인 法(다르마)은 如來의 出世와 不出世와 상관 없이 常住하는1) 보편적인 진리이므로 敎主가 없는
것이 특징이고 교주가 없으므로 敎理라는 도그마가 있을 수 없다. 말하자면 도그마화 할 수 있는 敎理가 없으므로 즉 언어문자화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철학화 할 수 있는 여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말하자면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를 통하여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합립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직관하여 체험함에 의하여 성취되는 것이
깨달음이다.
이 깨달음에는 어떠한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말하자면 어떠한 전제를 두고 진리를 깨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의 경우에는 현미경이니 가속기니하여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지만 불교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도구는 배제한다. 심지어 자기가 이제것 샇아온 첳학이나 사상이나 이념적인것 말하자면 온갓 知識을 전제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생각이 일어나는 이것마져도 근거하지 아니하고 참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직관하여 체험하는 것이다. 철학의 합리적인 인식에 기초로 하는
것과 다른 길임을 말한다. 말하자면 불교의 언어문자는 이러한 직관으로 체험한 진리를 언어화한 것에 불과하다. 철학의 합리적인 인식을
기초하여 이루어진 학문의 체계와 차원을 달리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물론 불교는 아주 논리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철학과 같이 합리적인 인식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가르침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마음의 직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어쩌면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것은 진리를 표현하여 상대를 깨닫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교을 설명해 주기 위해 발달된 하나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는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행에 의한 깨달음에 있지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것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楞伽經에서 부처님께서는 四十九年間 법문을 줄기차게 설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일찌기 한마디도 說한 적이 없다2)고 말씀하신
것이다. 한마디로 부처님의 말씀은 남이 만들지도 아니했고 당시자신이 만든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모든
가르침은 주의주장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함허스님은 “부처님께서 說하신 바의 가르침은 단지 진리의 세계에로 들어가는 방편일 뿐이다”3)
라고 설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자의 방편을 “응당 버려야할 것이지 굳게 지켜서 버리지 않으면 진리의 세계에 들어 갈 수 없다”4)고
설하신다.
철학이 어디까지나 하나의 대상을 전체적으로 계통화시키고, 조직화시킨 지식을 말하며 단순한 신앙, 직관, 체험 등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합리적 사고를 기초로한 체계가 선 지식이 철학이다. 합리적 사고를 기초로하는 이상, 언어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말하자면 합리적인
인식을 근거로한 언어체계란 지시의 체계이고 이 이상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실질적인 체험을 바탕으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와는 전혀 길을 달리하므로 철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불교과 철학과의 관계를 논하자면 불법은 깨달은 이의 체험을 언어화, 문자화한 것이다. 깨달음을 철학의 체계화된 지식을 바탕으로한
합리적인 인식으로 파악한다든지 논리로서 규명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佛法은 철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어느 선
까지는 첳학으로 접근이 가능할지 모르나, 깨침에로까지 통로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이란 수행을 통한 체험으로만 가능하다. 단지
철학은 깨치지 못한 사람을 깨치게하는 도구로서는 이 이상 휼융한 것이 없다.
그러면 불교는 종교인가?라고 반문한다면 이문제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소위 우리들이 알고 있는 종교라는 의미는
서양의 종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라는 단어자체가 바로 불교용어라는 점이다. 우리들이 서양의 종교를 지칭하기
가 적당한 언어가 없어서 불교의 용어를 빌려서 말할 뿐인데도 불구하고 종교라면 서구의 종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해벼렸다. 불교에서
종교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시기는 언재일가? 어떤 학자는 법화경에 종교라는 용어가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전의 내용을 분류
하고 그 이치를 논하기 위하여 종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수나라시대의 천태스님이나 당나라때의 종밀스님의 저술에 이것이 나타
나고 있다.
서구에서 “religion”이라는 용어를 동양에서 근세에 종교라는 말로 번역하였다. “religion”는 神과 人間의 결합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종
교의 본래의 뜻은 이와 다르다. <敎>는 부처님께서 대중을 깨우치기 위하여 설하신 것이 <敎>이다. 그리고 <敎> 가운데 근본 이치(旨趣)를
<宗>이라고 하였다. 이밖에 <敎>를 有言의 宗으로 삼고, <宗>을 無言의 敎로 삼는 것이 종교라고도 한다.
그런데 佛敎 안에 우주만큼 수 많은 神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 타자인 神을 인정하지 않는다. 神은 단지 중생의 범주에 넣고
있다. 이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 모든 존재는 상호관계를 가지고 緣起한다는 것으로 일체가 평등하다는 데에 기초하고 있다. 말하자면 독립
된 개체는 이세상이 아니라 전 존재에 걸처서 그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서 말하는 종교의 의미와 불교에서
말하는 종교의 의미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러므로 불교는 종교인가?라고 반문하지만 과여 그 종교가 서구에서 말하는
의미로서의 종교인가 아니면 불교 고유의 용어로서 종교인가가 먼저 밣혀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