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에 대하여.

한국불교에 대하여

1. 정의
불교는 고대 인도에서 모든 사상을 통합하여 양극단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취하여 재조직한 것인데 이것이 서
역지방에 와서는 이곳의 모든 문화를 섭취하여 더욱 양(量)을 넓히고 다시 중원(中原)에 들어와서는 중국의 고대
문화와 융합되어 훨씬 성장하게된 것인데 우리 한국에 들어와서는 한국 민족성에 맞도록 발전하여 소위 한국불교
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불교이며 한국민족의 사상이며 한국문화인 것인데 이것은 불교라는 종자를 한국
에서 배양한 까닭이다.

따라서 한국불교는 인도민족이 산출한 인도불교와 다르고 중국민족문화를 가미한 중국불교와도 다르며 우리 민
족성미(民族性味)에 적합하도록 창조된 독특한 것이며 그 내용은 본래 부터 신화적요소,철학적요소,과학적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단순한 종교도 아니며 철학뿐만도 아니며 문학만도 아니며 또는 예술뿐만도 아닌 전(全)문
화적 일대보고인 것이니 이것을 한국불교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할 것이다.

2.과제
한국불교를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그 지리적,민족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물론인데 일부에서 불교를 함
부로 과소평가하는 것은 심한 인식부족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하간 불교는 위대한 민족적,역사적 족적을 남기며
한국문화의 핵심이 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우리민족으로서의 교양 있는 인사(人士)는 상식적으로도 불교의 재인식
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의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의의라든지 장래에 있어서의 성패의 문제는 제하고더라도 과거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명확히하여 공평한 판단을 하는 것은 큰 의미있는 학문적과제인 동시에 우리민족의 임무라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커다란 연구과제는 한 두 사람의 손으로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국불교는 불교학자의 전유물도,불교도에 국한된 것도 아니므로 여러 각도에서 보지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해서 (1)아시아와 세계각국에 뻗쳐있는 전불교의 일부문으로서의 한국불교인 동시에 (2)한국문화의 원류로서
의 한국불교인 만큼 (1)은 주로 불교학과 불교사학의 영역에 속하고 (2)는 일반사학 즉 한국사와 동양사에 속하
면서 널리 한국문화사의 문제로서 종교학,사회학,문학,미술공예,미학,사상사,정치,경제사등 여러 가지 정신과학의
입각지로 부터 각각 검토하여야한다.

3.특징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각종 각층의 민족을 만나게되면서 그 민족의 문화정도에 따라서 특수한불교, 다시 말하
자면 민족적 불교가 성립되는 것인데 탁월한 우리민족은 우수한 불교를 창설하여 민족문화를 재조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불교의 사상적발전은 대륙과 타국에 비할 바가 아니고 불타의 최고이상을 여실히 발휘하여 인도의
선전적(宣傳的),기념적(記念的)불교라던지 중국의 산만적(散漫的)종파적(宗派的)불교와는 달리 오직 중립적,통일
적인 불교를 만들었으니 이것이 한국불교의 특징이되는 것이다.

한국불교는 그뿐만이 아니라 타국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문헌을 완전 보존하였던 것이니 대각국사 의천의 불교
전적(典籍)의 수집, 경전목록의 작성,속장경간행의 기도(企圖)등은 실로 위대한 사업이며 그중 목록은 현존하여
있어서 불교문헌학상 지대한 역할을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고려판대장경의 그 내용이 정리 되어 있는 것이다. 또
고려판대장경의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는 것, 규모가 호화롭다는 것은 전세계의 인각사상(印刻史上) 보배가 되
며 특히 그 판본이 현존하여 있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다.

또 한국일반문화사의 견지에서 연구하더라도 과거에 있어서 문화의 모든요소중에 포함되어 있는 한국불교의 지
위를 회상하고, 한편 현존하는 미술,공예,건축등과 그 문헌, 다시 나아가서는 우리민족의 풍속,의례,습관,민긴신앙
등을 살핀다면 불교가 한국문화사상 광대한 범위에 걸쳐 관계되고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다.(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