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고?
불교계, 정장식 시장 사과와 '홀리클럽' 탈퇴 요구

포항 지역의 불교계가 정장식 시장의 특정종교 편향 언행을 비판하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시장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논란은 이 지역 종
교계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회장 경천스님)와 종교편향대책위원회(위원장 법은스님), 동국대학교 석림
회(회장 재원스님) 등 지역 불교계 대표 20여명은 지난 1일 포항시를 방문해, 정장식 포항시장의
‘종교 편향적 언행에 대한 공식사과’와 ‘포항기관장 홀리클럽 탈퇴’를 요구하고, 요구사항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시장퇴진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지역불교계 대표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장식 시장은 52만 포항시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포항 기관장 홀리클럽’의 활동을 주도하고, 지난 5월 포항에서 열린 ‘제1회 성시화
운동 세계대회’의 명예준비위원장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기본 윤리와 강령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포항 기관장 홀리클럽’은 포항을 거룩한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진 단체
로 포항의 기관장들이 이 단체에 참석해 활동한다는 것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포항시를 기독교화 하려는 ‘세계 성시화 운동’의 사업재원으로 포항시의 재정 1%를
사용하려 했음은 이 대회의 명예대회장이었던 포항시장의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들은 “정 시장은 다종교 시대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계평화 기조에
반하는 행위를 했으며, 종교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함은 물론 시민화합과 미래지향적인 한국사회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장식 포항시장은 “편향된 언행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를 했으며 앞으로 주의하겠다”
고 밝혔으나, “홀리클럽은 탈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장식 포항시장이 명예준비위원장을 맡아 지난 5월 29일부터 6월2일까지 1만5천여명의
기독교인들이 참가해 열린 ‘제1회 성시화 운동 세계대회 준비 안’에 의하면, 이 대회의 목적은
‘포항시 성시화를 위하여, 포항 성시화 운동본부가 주관하여 포항시민과 함께 거룩한 도시를 만
드는 기폭점이 되게'하는 것. 그 실행방안의 하나로 ‘포항시의 재정과 교회, 개인의 수입에서 1%
를 모금하여 위의 모든 사업을 진행한다’고 규정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포항기관장 홀리클럽'이란

2002년 5월에 창립된 포항 기관장 홀리클럽은 ‘제1회 성시화 운동 세계대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장식 포항시장과 공원식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인 이상득의원
과 이병석의원, 국가기관장, 기업인, 대학총장 등 포항지역의 기독교인사 2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아침 포항 영일대호텔에서 성경공부와 기도회를 갖고 있다.

회원명단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창립당시 직책)
공원식(포항시의회 의장), 김영길(한동대 총장), 김우경(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장), 김재주
(INI스틸 부사장), 김현호(CBS 이사장), 박노정(극동방송 운영위원장), 박찬모(포항공대 총장),
백성기(포항공대 가속기연구소장), 유춘환(포항극동방송 지사장), 윤홍중(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이건오(한동대 선린병원장), 이대공(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이무형(민주평통 자문위원장 회장
), 이병석(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상득(한나라당 국회의원), 임병숙(포항기상대장), 전백중(포항
소방서장), 전일평(선린대학장), 정장식(포항시장), 조성호(CBS 본부장), 최재복(대구은행 포항
지점장), 허 영(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장), 홍상복(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다음은 종교편향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법은스님(무량사 주지)의 인터뷰 전문이다.

ⓒ2004 김국성
- 지역불교계에서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고 포항시장의 사과와 홀리클럽 탈퇴를 요구하게 된
경위는.
"많은 스님들이 지난 4월 초파일 즈음에 포항시내 곳곳에 세계성시화 대회 광고탑이 서있는 것을
보고, 우리 불교계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 나 또한 그렇게 규정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후 지역시민단체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가 문제를 제기해 자료를 얻게 되었는데,
그걸 보고 정말 선출된 공인이 이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은 봉사하는 사람인데, 그런
시장이 특정종교단체에 들어가 종교적 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공직자의 처사가 아니다.

많은 스님들이 논의 끝에 그냥 있을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난 10월 11일 정 시장과 면담
을 했는데, 이때도 정 시장은 자신의 자랑만 늘어놓았다. 그때 1차 성명을 발표했고, 그 후 사암
연합회에서 공동으로 대처하자고 결의했으며, 지난 1일에 정 시장의 사과와 홀리클럽 탈퇴를 주
장하며 시장실을 항의 방문하여 2차 성명을 내게 된 것이다.

- 정 시장의 ‘기관장 홀리클럽’탈퇴를 촉구했는데, 시장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게 아닌가.
"공인으로서 시장은 특정종교 사단체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인데도 노골적으로 그 일을 하고 다닌
다. 그것도 모자라 성시화 사업에 시재정의 1% 투입 운운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시 재
정의 1%로 가난한 시민을 도와주는 일은 못할망정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자격
이 없는 것이다."

- 정 시장이 왜 ‘기관장 홀리클럽’의 탈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포항은 정치인이 기독교에 안 들어가면 정치를 할 수 없을 정도다. 불교 등 다른 종교는 힘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 시장은 성시화 대회를 위해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선거
에 집착하기 때문에 탈퇴를 하지 않는 것이다. 탈퇴를 하면 기독교와 불교계 모두에게 양뺨을 얻
어맞는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 정 시장이 끝까지 탈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홀리클럽 탈퇴와 공식사과가 없으면 서명운동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시장퇴진운동
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정 시장은 탈퇴는커녕, 자신의 문제를 종교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공공
연히 ‘목사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쩔거냐’는 식으로 말한다. 시장이 탈퇴를 안하면 서울로 가겠다.
한나라당사에 가서 단식이라도 할 것이다."

-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은 없나.
"홀리클럽 같은 사단체는 종교내부에서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불교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모든 종파가 상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김국성(k2sung) 기자

포항시 기관장 홀리클럽 해체

정시장 종교편향 논란 '일단락'
포항시 기관장 홀리클럽이 해체됨에 따라 정장식 포항시장의 종교편향 문제가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인 경천스님(포항 황해사 주지)은 16일 오후 3시 30분께 정장식 시장과
만나 그동안 갈등의 쟁점이 돼 왔던 포항기관장 홀리클럽이 해체돼 지역사회와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 정 시장 퇴진운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천스님은 이날 정 시장과 만나서 홀리클럽 탈퇴는 불교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집회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 시장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이나 가두캠페인도 종교편향대책위의 회의를 거쳐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서·곽성일기자  <200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