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사의 다양한 명칭과 색깔

우리는 스님들이 수하는 법복(법의)을 보통 가사라고만 부르고 있지만 불교가 인도에서 발생하여 중국대륙에 전파
되면서 수행자들의 法衣는 수많은 명칭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많은 이름 중에는 용도에 의한 명칭, 모양에 의한 명
칭, 그리고 공덕에 의한 명칭과 색에 의한 명칭이 있는데 염의(染衣), 간색의(間色衣), 적혈색의(赤血色衣), 괴색의
(壞色衣)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가사를 뜻하는 명칭 그 자체가 색깔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것은 가사가 옷감으로 만들어졌고, 또한 옷감은 반드시 색깔을 갖게 마련이기 때문일까? 여하튼 가사는 그 명칭
만큼이나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부처님의 행적이나 설법하신 내용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가사(袈裟)라는 말은 인도의 범어로는 Kasaya 또는 Kasa-la라고 하였고 팔리어로는 Kasava라고 하였
으며 서장(티베트)에서 부르는 명칭은 Snigs-nia 였는데 중국에서 소리나는데로 부른 명칭이『가사』였고, 그 뜻은
다양하게 번역되었다.  우선  법의(法衣)라는 명칭은 전회에 설명했듯이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이 삼의(三衣)를 갖추
었다고 하였는데 그를  통 털어 법의라고 한다. 즉 가사 그 자체가 수행자의 표시이며 옷이었기 때문에 법의라고 한
것이다. 이 삼의(三衣)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①안타회(安陀會)라고 하여 5조(條)로 조성되며 그 뜻은 내의(內衣), 하의(下衣), 중숙의(中宿衣), 도행의(道行衣),
작무의(作務衣)등으로 번역되었는데 제일 먼저 입는 법의(法衣)로서 속옷 개념이면서 작업등을 할 때 편리함을 추구
하기 위해 수한 것 같다.

 ②울다라승이라고 하여 7조(條)이며 상의(上衣), 입중의(入衆衣), 원중의(院中衣), 중가의(中價衣)등의 별칭이 뜻하
는  바와 같이 웃옷이며 격식을 갖춘 법의이다.

③승가리(僧伽梨)는 9조(條)부터 25조(條)까지 9단계(자세한 것은 가사의 품계 편에서 재론할 예정임)가 있으며 대의
(大衣), 중복의(重複衣), 합의(合衣), 화합의(和合衣), 설법의(說法衣), 입왕관의(入王官衣), 구품의(九品衣)라는 단어
가 뜻하는 바와 같이 최고의 위의(威儀)를 갖춘 법의라 할 수 있다.

 법복(法服)이란 말은 중국으로 불교가 전파되었을 때 중국사람들은 기후관계로 이미 여러 겹의 옷을 갖추어 입고
있었기 때문에 승려들이 속복 위에 가사를 수하여 승려의 표시와 불교의 상징으로 삼았다.  따라서 佛法을 상징하는
복식(服飾)이라는 뜻으로 「法服」이라고 한 것이 우리 나라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본다.

 오늘은 명칭의 유래와 색깔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원래 인도에서는 사냥꾼 등이 입는 누더기 옷을 袈裟라 하였는데, 불교에서 이 말을 수용한 것이라 한다. 『팔상록』
가운데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에 보면 가비라국의 태자이셨던 세존께서 출가하여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사냥꾼이
었으며 이 때 태자께서는 자신이 입고 계셨던 옷을 그와 바꾸어 입으셨던 데서 법복의 의미로 이 말을 수용케 된 것
으로 사료된다.

 袈裟는 적갈색(赤褐色)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즉 당시 승단에서 제정한 法衣의 색이 적갈색이었기에 전용 (轉
用)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실은 袈裟를 괴색(壞色) 혹은 간색의(間色衣)라고 하듯 靑·黃·赤·白·黑 등 5종의 正色을
피해 이들을 섞은 색을 취했다고 한다. 즉 눈에 잘 띄지 않는 색

이며 그 천 역시 누더기와 같은 것만을 허용했으니 이는 도난의 염려는 없고 속념 (俗念)을 떠나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었다. 또 이렇게 함으로 해서 해탈을 얻을 수 있다하여 '해탈복(解脫服)'이라는 이름도
생기게 되었다.

 적혈색의(赤血色衣)·할절의(割截衣)·인욕의(忍辱衣)라고도 하는데, 이는 석존(釋尊)께서 인행시 인욕선(忍辱仙)
으로 계실 때 바라나국(波羅奈國)의 왕 가리(迦利)에 의해 수족이 잘리우는 등 시험을 당하였으나 인욕행을 계속함
에 대범천왕(大梵天王) 등이 내려와 공경하며 치료하여 드렸다는 設에 의거하여, 불제자(佛弟子)는 모름지기 이를
본 받아야 할 것을 천명하는 뜻에서 붙여진

法衣의 별명이라 한다. 또 할절의(割截衣)의 경우 누더기 천을 모아 꿰맨 모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가사의 색이 피의 색인 홍색으로 조성된 것이다.

 복전의(福田衣)라고도 하는데, 이는 유루(有漏)의 복을 심어 무루(無漏)의 복을 얻게 한다는 뜻이며, 한편 袈裟의
모양이 마치 여러 개의 밭이 모여 있음을 연상케 하는데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색깔과는 관계없이 용도와 모양과 공덕에 의해 붙여진 명칭으로 여법의(如法衣)·응법의(應法衣)·항마의
(降魔衣)·이진복(離塵服)·무구의(無垢衣)·무상의(無上衣)·도복(道服)·무상의(無相衣)·출세복(出世服)·연화의(蓮華衣
)·총간의(塚間衣)·아뇩다라삼약삼보리衣·자비복(慈悲服)·시삽색의( 澁色衣)·폐의(弊衣)·분소의(糞掃衣)·전상의(田
相衣)·공덕의(功德衣)라는 등의 다양한 명칭이 있으나 이들은 한자의 뜻으로 그 의미를 쉽게 짐작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