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사 조성에 대하여

 가사는 그야말로 속진(俗盡)을 떨쳐 버리고 求道와 傳法의 길로 들어선 수행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상징물이자 法
衣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가사를 조성할 때도 먼저 마음가짐을 수행자와 같이 오롯이 해야 하고 몸과 의복과 도량을 청결하게 해야
되며 법당에는 증명단을 모셔 놓고 불사소 내에는 잡인을 금지시키고 송주(誦呪)를 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면 가사는 어떤 천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조성되는 것일까?

<가사를 만드는 옷감>

 부처님 당시에는 몸을 가리고 추위를 견디기 위한 수단과 외도들과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法衣가
채택되었기 때문에 탐심을 일으키지 않는 낡은 천이나 길가에 버려진 헝겊 등 가치가 없는 것을 주어 모아 꿰메어
만들었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또는 지방의 특색에 의하여 부처님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차 좋은 천,
새 천으로 바뀌어 오늘날과 같이 비단(누에고치에서 얻은 실 : silk) 또는 세탁이 용이한 합성섬유로 조성한다.

 이렇게 된 까닭은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서 왕실을 교화하자 왕실에서는 승려들에게 바칠 가사를 비단으로 조성한
것이 우리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쳐 왕들이 왕사(王師)나 국사(國師)에게 금란가사 등을 하사하였고 따라서 일반
승려들도 좋은 천으로 조성된 가사를 수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청빈하게 수행해야 될 스님들에게 비단법복이
당치않다는 생각도 할 수 있으나 三國시대이래 많은 승려들이 中國에서 유학하였으며 귀국해서는 국민들의 정신적
인 스승으로서 손색이 없었기에 위의(威儀)에 걸맞는 비단법복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가사의 크기>

 가사의 크기는 실용성을 감안하여 적당한 크기여야 하는데 「律」에서는 '자기의 몸을 재서 적당한 分量으로 맞
게만 입으면 된다.'고 하였다.

 여러 경전에서 가사의 크기에 대하여 설명한 바 있으나 도량형 단위가 오늘날의 단위와 다르고 각「律」마다
규정된 크기도 다르므로 여기서는 낱낱이 설명하는 것을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가사의 크기가 너무 작아도 안되고
너무 크게 하여 각종 의식의 집전이나 법회를 봉행함에 있어 불편을 느껴서는 곤란 할 것이다.

 가사의 크기는 근래에 들어서는 大가사와 半가사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大袈裟는 위의를 갖추어 의식을 집전
할 때 수하고 가로 180cm∼240cm, 세로 85cm∼120cm크기의 장방형이며, 半가사는 야외법회 또는 예불을 올릴 때
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하여 간편한 법의가 필요할 때 수하는데 보통 가로 160cm∼170cm, 세로 60cm∼70cm
의 크기로 한다.

<가사 원단 마름질>

 먼저 대가사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치수를 확정하고, 다음은 9조(下下品)부터 25조(上上品)까지의 아홉 가지 中 택
일하여 전체크기와 조수를 고려하여 원단을 나눈다. 이때 조엽(條葉)의 겹치는 부분과 시접을 감안하여 넓이를 확정
하고 정확한 계산으로 접고 재단하여야 하는데 이때 전래되어 내려오는 대나무로 만든 尺를 사용하게 된다. 半가사
도 전체 크기를 확정한 다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단을 재단하면 된다. 가사 크기에 맞게 자른 원단을 식서 접기 한
다음 마르기를 한다. 이때도 위아래에 식서 접기는 필수다. 上品(21조, 23조, 25조)가사는 四長一短으로 5쪽을 마르
고, 中品(15조, 17조, 19조)가사는 三長一短으로 4쪽을 마르고, 下品(9조, 11조, 13조)가사는 二長一短이므로 3쪽을
마른다.

<바느질 용구>

①가사상 : 가로·세로 각 60∼70cm 정도 크기의 나무상으로 적침이 잘 꽂히도록 연한 나무로 만든다.

②바늘 : 3호 정도 크기를 사용한다.

③적침 : 바느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가사 천을 고정시킬 용도로 대나무에 바늘을 메어 놓은 것.

④실 : 3合으로 된 명주실(silk)을 적당한 길이로 자른 다음 봉밀을 메겨서 사용한다.

기타 바느질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도구로서 골무, 인두(또는 다리미), 바늘꽂이, 자(尺), 가위, 등이 필요하다.

<바느질>

 이렇게 마름질을 마친 조각들을 반당침으로 바느질하는데 흰색 명주실을 사용하고 실이 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벌집에서 채집한 밀(蜜)을 메긴다. 바늘땀과 간격을 일정하게 하되 통문불(通門佛:추후 자세히 설명할 것임)을 두어
부처님들께서 자유자재로 드나들게 한다. 가사바느질은 바늘땀이 동글동글 보이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땀이 커
서 너무 허옇게 보여도 보기 나쁘고 너무 작아서 안 보여도 반당침의 장점이 감소된다.  초침과 재침으로 동조를 줍
고, 이들을 장줄(세로로 길게 바느질함) 바느질을 주복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같은 수만큼 이어 붙인다. 그 다음에
네모로 완성된 위에 난(欄)을 얻어 바깥쪽은 반당침으로 그대로 하되 안쪽은 上針으로 세 땀씩만 뜬다. 그리고 네
귀를 짠다음 四天王과 日月光을 달고 영자(끈)를 품에 맞게 달아 완성시킨 다음 점안식을 거쳐 비로소 法衣로서 탄
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