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미륵신앙의 길 - 이원행(스님, 안국사 주지)

 우리 민족은 옛부터 미륵 신앙과는 매우 깊은 인연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몸
집이 큰 사람을 보면 '미륵 같이 큰 사람'이라 한다든가, 또는 석불을 보게 되면 그것이 아미타 부처
님이거나 석가모니 부처님이거나 또는 관세음보살이고를 가리지 않고 '미륵'이라 불러오고 있는 것
등에서도 그 편린(片鱗)을 엿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과거 우리 선조들의 역사에 보면 미륵을 사칭
한 예가 허다하였고, 형대에도 역시 미륵이 출현하였다는 등의 어무맹랑한 소리로 혹세무민하는 유
사 종교 내지는 사교를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역시 미륵과의 깊은 인연에 편승한 사술(邪術)이라고 보
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이 있는 미륵 신앙에 대하여 아직도 식자 사이에 충분
한 바른 이해가 결여되어 있음은 종교적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로서도 심히 유감스러운 일
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기에 필자의 관견(管見)을 피력하여 이 신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호소
하고자 한다.

 우선 먼저 생각할 것은, 미륵신앙이라는 것이 불교의 한 '신앙형태'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소리인 것 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너무 당연한 일'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듯 보이
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불교의 교리에 위배되는 설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미
륵신앙은 불교의 미래불(未來佛)신앙인 것이다. 우리는 석가모니만을 부처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부처님이란 '깨치신 분을 뜻하는 말이므로, 과거에도 이미 한량없이 많은 분이 진리를 깨쳐서 부처님
이 되셨고, 석가모니 부처님도 깨쳐서 부처님이 되셨듯이, 미래에도 한량없는 분이 깨쳐서 부처님이
되실 것이다. 깨치신 분인 부처님은 당신만 깨치고 그만 두시는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을 모두 생사
고해에서 구출해 내서 해탈케 하시는 것이다. 미륵 부처님은 미래에 깨치셔서 성불하시고, 모든 중생
을 남김 없이 제도하신다는 미래불이시다. 석가모니불의 교화 제도에서 미처 제도 되지 못한 중생을
미래 불이신 미륵불에게 부촉(付囑)하신 것이다. 미래세계에 인간계에 하강하셔서 3회 '설법'으로 모
든 중생을 제도하신다고 하니까, 미래 중생에게 구세주가 되시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구원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설법'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진리에 어두운
중생을 정법에 눈뜨게 하여서 구원하신다는 것이다.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남김없이 눈 뜨도록 설법
하시는 그 높은 인격력(人格力), 즉 법력(法力)이 우리 중생에게는 크나큰 흠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미륵신앙의 근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생의 괴로움을 설법에 의해 해탈케 하신다는 높은 뜻을 잊어버리고, 미륵불이 출현
하시면 담박에 무슨 큰 복덩어리를 안겨 주시는 것으로 오해하여 신앙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거기
에 사교가 꿈틀 거리게 되는 것이다. 미륵불이라는 이상적 구세주를 자기들의 천박한 소견으로 세속
화해서 마치 '산타클로스'인 양 생각하려 하니, 거기에 달콤한 미끼가 던져지고, 사교성 포교가 발생
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러한 비리를 근절하는 길은 무엇보다도 먼저 미
륵불이 바로 '불교의 교주'이신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여기에 불교의 신앙
형태로서의 미륵신앙을 강조하는 소이가 있다.

 불교 테두리 밖에서 'ㅇㅇ교'니 'ㅇㅇ도'니 하는 따위의 신앙활동을 하는 것의 정체를 알아야 할 것
이다. 특히 자기 자신이나 또는 자기들의 교주를 미륵불이라고 외쳐대는 사기꾼들의 폐악을 바르게
간파할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착안하여야 하는 것은 '미륵'이라는 말의 뜻이다. 이 말을 '마이트레이야'라는 범어
를 음역한 것인데 이것을 의역하면 '자씨(慈氏)'라 한다. 이 뜻은 일체 중생을 위해 끝없는 보시를 행
하시는 분이라는 듯이다. 미륵 보살께서는 중생에게 끊임 없이 보시하신다. 그런데 그 보시는 당신께
서 성불하신 뒤에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계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륵보살(또는 미륵불)을 염하면 그 어른의 보시는 지금도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이
지, 그 어른이 미래불로 출현하셔서야 비로소 보시를 행하시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에서 본 것처럼 어떤 중생이 '내가 미륵이다'라고 외
쳤다고 해서 그에게 가서 복을 빌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습을 감추신 가운데 베푸시는 미륵님의 자비
를 qkedmfuas 일심으로 그 어른을 염하면 된다. 요는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따로이 새로운 중간
자 또는 중개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어른이 자씨(慈氏)이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낌없
이 보시하신다. 우리는 그 보시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흔히들 바라는 물질적 보시, 곧 재시(財施)일까? 그래서 우리들의 세속적 향락을 만끽하게 하시는 것
일까? 만약 그렇다면 미륵님이 우리에게 이 세속에 그대로 탐착하면서 살도록 권하고 계신 것 밖에
더 되는가? 미래의 불교 교주이신 미륵님이 그러실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부처님은 중생들을 세속
에서 벗어나게 하시는 것을 그 본원(本願)으로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륵님의 자비의 보시는 무엇을 내용으로 하겠는가? 그 대답은 아주 명확하다. 그것은 '법
보시'인 것이다. 재시는 법시를 위한 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미륵님께서는 우리에게 법으로
보시하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법보시가 하필 미래세상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
금은 불쌍한 중생들을 내버려 두었다가 당신께서 미래에 이 세계에 내려오셔서 그때에나 법문을 열어
주시겠다면 그것이 말이 되겠는가? 중생들의 무명(無明)의 괴로움을 내버려 두고 당신만 도솔천에서
하늘의 복을 누리며 진정하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자씨이신 미륵님은 이 순간에도 어두운
중생들에게 설법하고 계신 것이다. 비록 그 모습을 감추고 계시지만, 그래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
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나투시고 계시겠지만, 지금도 우리에게 간단없이 거룩한 메시지를 주고
계실 것이다.

 혹은 가정에서 또는 직장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법당에서 우리에게 주고 계실 메시지를 우리는 놓쳐
버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정신만 차리면, 그 메시지는 지금도 받을 수 있다.

 어느 특정한 시기를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이 뜻을 모르고 미륵님은 우리의 세속적 향락을 보장
해 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어른이 특별한 모습으로 나타나실 것을 기다린다면, 그것은 그 어른의
뜻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미륵님을 뵈옵는 길은 어느 시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법을 듣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법회가 열리면 그곳에 부지
런히 나가고 구도(求道)의 마음으로 일상 생활을 해 나가야 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인과(因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과를 믿는다는 것은 불교의 근본 입
장이기도 하지만, 특히 미륵신앙의 경우에는 용화세계(龍華世界)와의 인연에 관한 것이다. 미륵님이
출현하시는 세계를 용화세계라 한다. 용화세계는 십선업(十善業)이 성취된 세계를 말한다. 다시말하
면, 몸(身)과 입(口)과 뜻(意)으로 짓는 열 가지의 나쁜 업이 전혀 없는 세계를 말한다.

 열 가지의 악업(十惡業)이 가득찬 세계에서는 미륵님이 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
므로 미륵님을 어떤 특정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기행(奇行)을 행하시는 분이라 생각할것이 아
니라, 우리 십선업 수행의 도장에 오셔서 우리의 수행을 성취시켜 주시는 분이라 보아야 한다.

 미륵님이 그리우면, 그리고 우리가 그 어른에 의해서 제도되려면, 우리는 먼저 그 어른이 출현하실
수 있는 세상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용화세계의 건설이다. 곧 십선업이 성취된 세계를 말
한다. 십선업 운동이야 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상에서 간단하게 바른 미륵신앙에 대한 좁은 소견을 피력하였다. 필자의 신념은 미륵신앙이 결코
불교의 '특수한'신앙 형태는 아니라고 본다. 불교의 종교적 목적이 생사해탈(生死解脫)인 것을 생각
한다면 미륵 신앙 역시 생사해탈의 가르침 이외의 것일수 없다. 미륵 신앙이 미래불 신앙이라면, 일체
중생이 미래 성불의 수기를 받고, 보살로서 수행 생활에 정진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미래불 신앙이라
믿는다. 강호 재현의 정신(正信)과 정해(正解)·정행(正行)을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